RE:CORDER. 변화를 즐기며 길을 만드는 사람, 이고은
이번 인터뷰는 오프라인이 아닌, 영국 런던에 거주 중인 고은님과 온라인으로 진행되었습니다.
화면 너머였지만 밝은 목소리와 환한 웃음 덕분에 낯설지 않았고,
처음 만났음에도 오래 알던 지인처럼 친근하게 느껴졌습니다.
인터뷰 내내 화면을 가득 채운 그녀의 에너지는 거리와 시차를 잊게 만들었습니다.
#1. 새로운 환경에서 길을 찾다
고은님의 어린 시절은 늘 변화와 이동 속에 있었습니다.
중국에서 중학교를 보내고, 다시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며, 이후 미국에서 대학 생활을 이어갔습니다.
어린 나이에 낯선 환경 속에서 꿋꿋하게 생활하며 배운 것은 스스로 길을 찾는 힘이었습니다.
규칙과 틀에 얽매이기보다는, 새로운 환경에서 자신만의 방식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 자연스러웠던 것이죠.
저는 원래 변화를 좋아했어요.
새로운 환경을 탐색하는 게 저한테는 두려움보다 즐거움이 더 컸던 것 같아요.
그녀는 또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는 늘 제 니즈에 충실했어요.
교복을 입고 싶어서 한국에 돌아왔다가, 경쟁적인 환경이 맞지 않다는 걸 깨닫고 다시 해외로 나갔죠.
이처럼 고은님에게 변화는 일종의 본능이자, 자기 확신을 확인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스스로 원하는 것을 향해 과감히 도전하고, 맞지 않다고 판단되면 주저 없이 방향을 전환하는 유연함.
그 선택의 연속은 두려움이 아닌 성장의 기회였습니다.
프론트엔드 개발자로 커리어를 이어가면서, 고은님은 점차 더 큰 사용자와 마주하고 싶다는 목표를 품게 되었습니다.
사용자 경험을 개선하고, 글로벌 유저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만들고 싶다는 직업적 열망은 결국 그를 영국으로 이끌었습니다.
한국 시장의 한계를 넘어, 다양한 문화권 사용자와 소통할 수 있는 환경에서 성장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프론트엔드 개발자로서 결국 유저와 맞닿는 부분을 만드는 일을 하는데,
더 큰 유저 베이스, 글로벌 유저를 만나고 싶다는 욕심이 계속 있었어요.
그래서 영어권 환경으로 오게 된 거죠.
결국 고은님은 니즈에 충실하고, 과감히 도전하며, 필요할 땐 돌아설 줄도 아는 사람입니다.
변화는 고은님에게 위험이 아니라 성장의 방식이었고,
낯선 환경 속에서 길을 찾는 경험은 오늘의 글로벌 개발자로 나아가는 발판이 되었습니다.
#2. 메이커가 되기까지
고은님은 처음부터 개발자가 꿈은 아니었습니다.
대학에서 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하며 번역가로 일하기도 했고, 이미지 컨설턴트를 꿈꾸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대기업에서 챗봇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개발자들과 협업하는 과정에서 마음속에 작은 불씨가 생겼습니다.
같은 걸 만들고 있는데도 저는 중심이 아니라 서브로만 취급되는 느낌이 억울했어요.
직접 만들고 싶었죠.
그 계기로 개발 공부를 시작했고,
백엔드와 iOS를 거쳐 결국 프론트엔드에서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길을 찾았습니다.
동시에 풀타임 직장 생활과 학업을 병행하며 컴퓨터 과학 학위까지 도전했습니다.
힘들 때마다 스스로에게 물어봤어요. 그래서 안 할 거야?
결국 대답은 항상 ‘해야지’였어요.
그녀의 전환은 단순히 기술을 배우는 과정이 아니었습니다.
‘내가 중심이 되어 무언가를 만들고 싶다’는 갈망에서 비롯된 선택이었고,
그 과정에서 그녀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향해 밀고 나아가는 힘을 길렀습니다.
동시에 무작정 고집스럽게 버티기보다, 상황에 맞게 목표를 조정하면서도 끝내 포기하지 않는 유연함을 배웠습니다.
고은님에게 개발자로의 전환은 늦은 도전이 아니라, 스스로의 주도권을 되찾는 선택이었습니다.
누군가의 곁에서 머무는 사람이 아니라, 직접 세상의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메이커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길이었죠.
#3. 좋은 동료와 함께 성장하기
고은님이 말하는 좋은 동료란 단순히 일을 잘하는 사람을 넘어,
기술적·비기술적 영역 모두에서 기댈 수 있고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사람입니다.
어떤 문제가 생기면 주저 없이 물어볼 수 있고, 또 그분들도 저에게 편히 묻는 관계.
그런 신뢰가 있어야 동료라고 부를 수 있죠.
런던에서 합류한 팀에 대해 가장 먼저 꺼낸 말 역시 “정말 좋은 동료들”이었습니다.
그들과 함께 일하며 가장 크게 배운 점은 피드백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다는 것.
신뢰가 바탕에 있으니, 어떤 의견도 성장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습니다.
좋은 동료는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사람이에요.
그래서 피드백도 두렵지 않아요. 믿음이 있으니까요.
특히 글로벌 기업에서 일하는 지금, 고은님은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동료들과 협업합니다.
그녀가 강조한 것은 국적이 아니라 각자의 맥락을 존중하는 태도였습니다.
상대를 지나치게 높이거나 낮추지 않고, 겸손하게 소통하려는 노력.
그 균형이 다문화적 환경에서 신뢰와 유연한 관계를 만드는 힘이 되었습니다.
좋은 동료란 결국, 함께 일할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을 만들어주는 사람임을 다시금 실감했다고 합니다.
또한 현재 회사에서 만난 매니저 역시 그녀에게 깊은 영향을 주었습니다.
부드럽지만 확고한 리더십을 통해 “리더란 앞에서 끌고 가는 사람이 아니라 옆에서 함께 걸어주는 사람”임을 보여주었다고 합니다.
고은님은 이 경험을 통해, 앞으로 자신도 동료와 후배들에게 그런 믿음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4. 커뮤니티는 느슨함으로 오래 간다
고은님의 커뮤니티 여정은 2019년, Women in Tech 행사장에서 우연히 시작되었습니다.
그날 처음 만난 사람들과 한국 IT 업계에서 여성 개발자들의 목소리가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나누었고,
마침 글로벌 커뮤니티 Women Who Code의 발족식을 직접 보게 되었습니다.
한국에는 왜 이런 커뮤니티가 없을까? 우리가 직접 만들자!
그 작은 외침이 XXIT라는 한국 Women in Tech 커뮤니티로 이어졌습니다.
XXIT 시절 온·오프라인 컨퍼런스와 네트워킹 이벤트를 개최했고,
커뮤니티 회원 수는 11,000명 이상으로 성장하며, 한국 여성 개발자 네트워크의 중심지가 되었습니다.
이후 고은님은 더 넓은 무대에서 활동하고 싶은 마음으로 커뮤니티를 Defy Default로 리브랜딩했습니다.
단순히 회원 수를 늘리는 것을 넘어, 한국을 넘어 글로벌 무대에서 함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Defy Default의 운영 방식은 간단합니다.
우리는 회사가 아니라 열정 그룹이에요.
성과보다 중요한 건 오래 함께하는 것, 그리고 재미있게 이어가는 거예요.
모든 의사결정은 다수결로 진행되며, 본업이 우선이기 때문에 프로젝트는 하고 싶다고 말한 사람이 책임지고 추진합니다.
자율적이고 유연한 구조 덕분에 운영진도, 멤버도 부담 없이 오래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이 여정을 함께하는 운영진 동료들은 고은님에게 큰 자극을 줍니다.
- 정미량 님 – 프론트엔드 엔지니어이자 오픈소스 기여자, 글로벌 무대에서 발표하는 개발자. 그의 주도적인 모습은 고은 님에게 늘 새로운 동기를 줍니다.
- 이다흰 님 – 한국에서 카카오페이에 재직하며 금융 도메인 경험을 쌓았고, 현재는 영국 금융 업계에서 시니어 iOS 엔지니어로서 글로벌 커리어를 확장하고 있습니다. 쭉 금융 분야에서 깊이 있는 경험을 이어가며 커뮤니티 해외 확장에도 큰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 장지은 님 – 이커머스 스타트업에서 회사의 모든 디자인을 총괄하고 있는 실력자. 커뮤니티 리브랜딩을 주도하며 새로운 비주얼 아이덴티티와 에너지를 불어넣은 주역입니다.
이들과 함께하면서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
그리고 ‘저런 활동도 할 수 있구나’라는 건강한 자극을 동시에 받아요.
고은님이 커뮤니티를 이어가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온라인 채팅 몇 마디, 오프라인 이벤트 하나가 누군가에게는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라는 안도감을 주고,
다시 도전할 용기를 만들어줍니다.
Defy Default는 단순한 네트워크가 아니라, 서로의 길을 지켜봐 주고 도전을 자극하는 공간이 되었습니다.
느슨함 위에서 유지되는 신뢰 덕분에, 이 커뮤니티는 더 멀리, 더 오래 나아가고 있습니다.
#5. 앞으로의 길
고은님은 여전히 고민 중입니다.
앞으로도 IC(Individual Contributor)로 계속 깊이를 쌓을지, 혹은 매니저로서 팀을 이끌며 넓이를 확장할지는 아직 정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 선택의 갈림길보다 더 중요한 건,
어떤 길을 가든 사람들에게 “좋은 영감을 주는 사람”으로 남고 싶다는 바람입니다.
저를 보면서 ‘저 사람도 했는데 나도 할 수 있겠다’라는 용기를 얻을 수 있다면,
그게 제가 원하는 모습이에요.
그녀가 블로그와 유튜브에 남기는 기록은 단순한 학습 메모가 아니라,
누군가의 여정을 비추는 작은 불빛입니다.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나도 해볼 수 있겠다’ 는 감각을 심어주고, 도전을 시작하게 만드는 불씨가 되기를 바랍니다.
앞으로도 고은 님은 자신이 걸어온 과정과 경험을 꾸준히 나누며,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해 줄 것입니다.
지금의 걸음 하나하나가 결국 길이 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람, 그게 그녀가 꿈꾸는 성장의 모습입니다.
RE:CORDER
고은님과의 대화는 낯선 공간에서도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온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이었습니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필요할 때는 과감히 방향을 바꾸며
다시 도전하는 모습은 우리가 ‘성장’이라고 부르는 과정을 생생하게 보여주었습니다.
기록과 커뮤니티, 그리고 동료와의 관계를 통해 자신을 확장해 나가는 일상.
그 안에서 그녀는 조금씩, 그러나 단단하게 자신이 되고 싶은 모습에 가까워지고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고은님은 누군가에게 “나도 할 수 있겠다”라는 용기를 불어넣는 사람으로 남을 것입니다.
기술보다 사람에 가까운 이야기, 다음 편도 기대해주세요!
RE:CORDER 팀 이선희, 남다솔, 이승주
디자이너 김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