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바꾼 협업
서비스를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우리는 필연적으로 다른 사람과 협업하게 됩니다. 기획, 디자인, 개발, QA까지 각자의 역할은 나뉘어 있지만, 결국 하나의 결과물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동안의 협업은 문서와 말로 서로의 이해를 맞춰가는 것을 전제로 했습니다.
AI가 등장하면서 이 상황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기획부터 개발, QA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인 구현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졌습니다. 이전보다 훨씬 빠르게 무언가를 만들어볼 수 있게 되었고, 아이디어를 실제 형태로 옮기는 데 드는 비용도 크게 줄어들었습니다.
그렇지만 구현이 빨라진 만큼 일이 더 쉬워졌다는 느낌은 쉽사리 들지 않습니다. 오히려 설명하고 확인하고 다시 수정하는 과정이 더 자주 반복되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에, 협업은 여전히 막히고 있습니다. 결국 병목은 싱크를 맞추는 '정렬 비용'이었습니다. 우리가 시간과 에너지를 많이 쓰고 있던 지점은 구현이 아니라, 서로의 이해를 맞추는 과정이었습니다.
AI가 등장하면서 이 상황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기획부터 개발, QA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인 구현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졌습니다. 이전보다 훨씬 빠르게 무언가를 만들어볼 수 있게 되었고, 아이디어를 실제 형태로 옮기는 데 드는 비용도 크게 줄어들었습니다.
그렇지만 구현이 빨라진 만큼 일이 더 쉬워졌다는 느낌은 쉽사리 들지 않습니다. 오히려 설명하고 확인하고 다시 수정하는 과정이 더 자주 반복되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에, 협업은 여전히 막히고 있습니다. 결국 병목은 싱크를 맞추는 '정렬 비용'이었습니다. 우리가 시간과 에너지를 많이 쓰고 있던 지점은 구현이 아니라, 서로의 이해를 맞추는 과정이었습니다.
문서로 맞추던 협업의 한계
그동안의 협업은 사람의 공수에 크게 의존하고 있었습니다. 기획자는 수많은 케이스를 정책서에 녹여야 했고, 그것만으로 부족하면 엑셀로 정리해 보완하곤 했습니다. 디자이너 역시 다양한 조건에 따른 UI 케이스를 일일이 화면으로 그려야 했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은 점점 비효율적으로 느껴졌습니다. 모든 경우의 수를 문서와 화면으로 표현하려다 보면, 결국 중요한 논의보다 표현 자체에 더 많은 시간이 쓰이기 때문입니다.
이 프로젝트에서는 상황이 더 복잡했습니다. 플랫폼, 로그인 여부, 유료 구독 여부 등 조건이 얽히면서 경우의 수가 약 70가지에 달했습니다. 사람이 모든 케이스를 직접 다루기에는 한계가 있었고, 실제로도 작업 과정에서 쉽게 지치게 되었습니다. 미팅 역시 한 번으로 끝나기보다 여러 차례 반복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 지점에서 하나의 질문이 생겼습니다. 이 과정을 사람의 설명과 정리에만 의존하지 않고, AI를 협업에 활용해 풀 수는 없을까 하는 생각으로 이어졌습니다.
실행으로 맞추는 협업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복잡한 정책을 한 번에 확인할 수 있는 인터랙티브 시뮬레이터를 간단한 형태로 구현했습니다. AI를 활용해 30분만에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다양한 조건을 직접 바꿔가며 결과를 확인할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핵심은 완성된 기능이 아니라, 정책이 실제로 어떻게 동작하는지를 드러내는 최소 단위였습니다. 문서로 설명하는 대신 하나의 화면에서 전체 경우의 수를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상태를 만드는 데 집중했습니다.
이 변화는 협업 방식을 바꿨습니다. 문서로 설명해 맞추던 협업에서, 같은 화면을 보며 결과를 확인하는 공동 검증으로 전환되었습니다. 더 이상 문서를 기반으로 설명하지 않아도 되었고, 같은 화면을 보며 조건을 바꿔가며 결과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논의가 이루어졌습니다. 자연스럽게 같은 내용을 반복해서 설명하는 시간은 줄어들었고, 이해 차이로 인해 발생하던 재작업도 눈에 띄게 감소했습니다.
무엇보다 "이게 맞는지"를 바로 확인할 수 있게 되면서 의사결정 속도가 훨씬 빨라졌습니다. 협업은 서로를 이해시키는 과정에서, 함께 확인하는 과정으로 바뀌고 있었습니다. 다만 이 방식이 모든 것을 해결해 주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시뮬레이터는 실제 시스템을 단순화한 형태였기 때문에, 어디까지를 믿고 판단할 것인지에 대한 기준은 여전히 사람이 정해야 했습니다.
구현에서 판단으로
이 과정에서 흥미로웠던 점은, 일이 줄어든 것이 아니라 성격이 바뀌었다는 점이었습니다. 시뮬레이터를 만드는 것 자체는 생각보다 오래 걸리지 않았지만, 무엇을 확인할지 정의하는 일은 여전히 사람의 몫으로 남아 있었습니다. 어떤 조건을 포함할지와 어디까지 단순화할지 등은 여전히 판단이 필요한 영역이었습니다. AI는 빠르게 만들어 주지만, 무엇을 만들어야 하는지까지 대신 결정해 주지는 않았습니다.
결국 역할은 자연스럽게 이동하고 있었습니다. 코드를 직접 구현하는 데 쓰이던 시간은 줄어든 대신, 무엇을 만들 것인지 고민하고, 무엇을 먼저 확인해야 하는지를 판단하는 일이 더 중요해졌습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얼마나 빠르게 만드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먼저 확인해야 하는지를 아는 것이었습니다. 이는 AI를 통해 구현 부담이 줄어들면서, 문제를 정의하고 판단하는 일이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협업 비용의 재편
이러한 변화는 곧바로 협업의 결과에도 영향을 주었습니다. 실행 기반으로 빠르게 확인하고, 무엇을 검증할지 명확히 정의하는 방식으로 전환되면서 협업에 들어가는 비용 자체가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가장 먼저 줄어든 것은 반복적인 설명과 이를 맞추기 위한 회의였습니다. 예를 들어 프로젝트 논의 회의 수가 3~4회에서 1회로 줄고, 회의 시간도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습니다. 같은 내용을 여러 번 공유하고 해석을 맞추는 과정이 줄어들면서, 한 번의 논의로 방향이 정리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자연스럽게 이해 차이에서 발생하던 재작업도 함께 감소했습니다.
의사결정 속도 역시 눈에 띄게 빨라졌습니다. 이전에는 논의를 통해 결론에 도달했다면, 이제는 같은 화면을 보며 조건을 바꿔본 뒤 바로 결정하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었습니다. “이게 맞는지”를 논의로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결과를 보며 판단할 수 있게 되면서 결정까지의 경로가 훨씬 짧아졌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점은 이것이 단순한 생산성 향상이 아니라, 협업의 핵심이었던 ‘정렬 비용’이 구조적으로 줄어들고 있다는 점입니다. 일을 더 빨리 처리하게 된 것이 아니라, 협업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쓰던 ‘정렬’의 비용이 구조적으로 줄어든 것입니다.
협업의 전제가 바뀐다
지금까지의 변화는 하나의 방향으로 수렴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더 이상 문서와 말로 협업하지 않고, 실행 가능한 상태를 통해 협업하고 있습니다. 설명하고 이해를 맞추는 대신, 직접 만들어 보고 함께 확인하는 방식으로 일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 변화는 단순히 도구의 발전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협업의 전제가 바뀌고 있다는 신호에 가깝습니다. 같은 내용을 이해하는 것이 목표였던 협업은, 이제 같은 결과를 확인하는 과정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결국 AI는 일을 대신한 것이 아닌, 우리가 어디에 시간을 써야 하는지를 다시 정리하고 있습니다. 구현에 쓰이던 시간은 줄어든 대신 무엇을 만들 것인지 정의하고, 무엇을 검증해야 하는지를 판단하는 일이 더 중요해졌습니다. 협업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맞추는 과정은 사라지지 않았지만, 그 방식은 분명히 달라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설명이 아니라 실행으로, 이해가 아니라 확인으로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