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공유 오피스 공간.
작은 회의실에서 시작된 인터뷰는 금세 자연스러운 대화로 이어졌습니다.
잠깐의 촬영, 사진 속 조연님은 무언가를 여유롭게 탐색하는 사람처럼 보였고, 실제로도 그랬습니다.
지금은 제 커리어의 챕터 3 같아요
인터뷰의 초반, 조연님은 이렇게 말하며 인터뷰를 본격적으로 시작했어요.
#1. 일할 때 보다 사람을 더 많이 만나요
조연님은 요즘 혼자 일하지만, 사람과의 연결은 오히려 더 많아졌다고 말합니다.
링크드인에 한두 번 올린 커피챗 게시물에는 수십 명이 응답했고, 가능한 한 많은 사람을 직접 만났습니다.
사람을 만나면 에너지가 생겨요
혼자 일하지만 혼자 있지 않기.
조연님은 그걸 아주 자연스럽게 실현하고 있었습니다.
심지어 요즘은 혼자 창업을 준비하는 분들과 함께 사무실에서 각자 공부하고, 일하고, 수다 떨기도 한다고요.
사람을 통해 영감을 얻고, 또 스스로도 영향을 주는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2. 문제를 풀며 해결하던 시간
개발자부터 CTO로 일하던 약 20년 동안, 조연님은 늘 ‘문제를 푸는 사람’ 이었습니다.
누군가 기획한 것을 빠르게 실현하거나, 팀의 이슈를 해결하는 데 집중했죠.
하지만 지금은 '문제를 찾는 것'이 더 중요해졌다고 합니다.
그동안은 주어진 문제에 반응하는 사람이었어요.
근데 지금은 내가 어떤 문제를 발견할 수 있는지부터 고민하고 있어요
이 말은 곧, 커리어의 방향이 ‘수행’에서 ‘탐색’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의미일지도요.
이런 변화는 조연님의 성향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MBTI가 ENTP인 조연님은 어릴 적부터 반장이 되곤 했지만 친구들을 선동해 노는 걸 좋아했던 스타일이었다고 웃으며 말했습니다.
그리고 자신을 안정지향적인 사람이라고 표현하지만, 남들이 보기엔 결코 쉽지 않은 선택들을 해왔습니다.
예컨대 영국이나 베트남으로 건너가 몇 년간 현지에서 일했던 경험, 그 과정에서 창업자를 만나 공동 창업자가 된 것 같은 도전들 말이죠.
다른 사람들에겐 큰 용기로 느껴질 수 있는 선택들이었지만, 조연님은 이를 두고 아래와 같이 말했습니다.
저는 그게 안정적이라고 생각해서 했던 선택들이에요. 이게 망해도 나는 살아남을 수 있겠다 싶었거든요
늘 최악의 경우를 계산하고, 그 결과를 감당할 수 있다면 ‘도전’이라고 느껴지지 않았다는 말에서, 현실을 바탕으로 한 자신감이 느껴졌습니다.
#3. AI시대, 나의 일하는 방식이 달라졌어요
AI가 일의 속도를 바꾸고 있습니다. 혼자서도 더 많은 걸 할 수 있는 시대가 된 거죠.
예전엔 일정 규모의 팀이 필요했던 일을 이제는 혼자서도 대부분 할 수 있어요. 그러니 ‘무엇을 할지’를 고민하게 되더라고요
요즘도 조연님은 코딩을 합니다.
관심 있는 분야를 리서치하고, 토이 프로젝트로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기도 해요.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예전보다 훨씬 높은 생산성을 체감하고 있다고요. 하지만 속도가 빨라진 만큼, 방향은 더 신중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입니다.
앞으로는 나에게 맞는 문제를 잘 찾아내는 역량이 이전보다 더 중요해질 것 같아요
요즘 조연님이 주목하고 있는 분야는 ‘디지털 전환이 더디게 진행된 산업’입니다. 예를 들면, 오프라인 중심의 운영 체계를 가진 제조나 유통 영역처럼 아직도 낙후된 기술을 사용하는 분야들이죠. 생성형 AI와 LLM이 상용화되면서, 이전에는 대규모 인력과 예산이 필요한 일이 이제는 소규모로 빠르게 실현 가능한 시대가 됐습니다.
이처럼 일의 방식이 달라지는 흐름 속에서, 조연님은 새로운 문제를 찾고 있습니다. 변화하는 일터의 모습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일하고, 어떤 점에서 어려움을 겪는지를 관찰하며 변화의 모습에 맞는 도구는 어떤 모습일지 상상해보고 있다고 합니다.
AI는 정해진 문제의 답을 빠르게 찾아내는데 탁월한 도구예요. 어떤 문제를 풀어야 할지 찾는 건 여전히 사람의 몫이죠. 지금은 그걸 찾는 과정에 있어요
기술은 훌륭한 도구지만, 방향은 결국 사람이 정해야 한다고 조연님은 말합니다. 그래서 코딩보다 더 많은 시간을 ‘무엇을, 왜 만들 것인가’를 생각하는 데 쓰고 있죠. 지금도 크고 작은 아이디어를 실험 중이지만, 더 빠르게 만드는 것보다 ‘왜 만드는지’를 찾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얘기합니다.
#4. 좋은 개발자는 경계를 두지 않더라고요
좋은 개발자란 어떤 사람일까요?
조연님은 “경계를 두지 않는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기획, 운영, 조직문화 등 자신의 역할을 넘는 문제에도 관심을 갖고, 필요하다면 손을 걷어붙이는 사람.
저는 그런 오지라퍼들을 좋아했어요. 그리고 저도 그랬고요
실제로 조연님은 CTO 시절, 개발뿐만 아니라 제품 방향과 운영까지 함께 고민했다고 합니다.
일을 진짜 잘하는 사람은, 자기가 맡은 일 외에도 팀이 가야 할 방향에 집중하는 사람이에요
RE:CORDER
조연님과의 대화는 조용하지만 밀도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커리어의 굵직한 흐름 속에서도 자신의 속도와 중심을 잃지 않으면서 커리어와 삶의 균형, 새로운 기술과 사람 사이의 연결, 그리고 안정과 도전 사이를 단단하게 걸어가는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혼자 일하지만 혼자 있지 않은 삶, 사람과의 연결을 통해 다음 챕터를 열어가는 모습에서 조연님만의 방식이 느껴졌습니다. 기술 너머의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 커뮤니티 안에서 함께 자라는 감각. 조연님은 그런 이야기를 들려준 사람이었습니다.
리코더는 조연님의 추천으로, 다음은 AWSKRUG Women In Cloud의 오거나이저이자, Software Engineer "안다혜" 님을 찾아가볼 예정입니다.(Linkedin @Dahye Ahn)
기술보다 사람에 가까운 이야기, 다음 편도 기대해주세요!
RE:CORDER 팀 이선희, 남다솔, 이승주
디자이너 김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