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공유 회의실 공간.
편안한 분위기의 다과를 먹으며 인터뷰가 시작되었습니다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다혜님은 지금 자신이 걸어가고 있는 방향에 대해 차분하게 풀어내기 시작했습니다.
커리어를 스스로 열어가고자 했던 시절부터, 기록하고 나누며 지속해온 시간까지.
기술은 그 여정의 도구였고, 그 중심엔 늘 ‘사람’과 ‘나답게 사는 방식’이 있었죠.
그 시작은 아주 작고 개인적인 동기에서 비롯되었습니다.
#1. 내가 직접 만들고 싶었어요
영화영상학과에 재학중이던 안다혜 님은 대학교 창업 동아리에서 아이디어를 갖고 있었지만, 실행으로 옮기지는 못했다고 합니다.
졸업 후엔 토이 프로젝트로 서비스 기획과 설계를 하며 직접 구현의 필요성을 더 크게 느꼈죠
기획은 했지만, 바로 되는 게 없었어요. 그게 너무 답답해서 결국 제가 소스코드를 열었죠. 그 때 당시에는 외계어 같았어요
실제로 사용하고 싶은 서비스를 구상하면서, '이걸 빨리 만들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그렇게 부트캠프에 참여하며 본격적인 개발 공부가 시작됐습니다.
물론 과정은 쉽지 않았지만, 막막함 속에서 실마리를 찾았다고 말합니다. 완성된 무언가가 화면에 뜨는 순간, 스스로 만든 결과물이 존재한다는 느낌은 지금도 큰 동력이 된다고 했죠.
그렇게 처음 코드를 열었던 날부터, 다혜 님은 ‘이걸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보다 ‘내가 왜 이걸 몰랐지?’라는 질문을 더 자주 던졌다고 해요. 그렇게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2. 기록은 나를 정리하는 방식
안다혜 님의 블로그에는 단순한 기술 설명이 없습니다. 대신 '왜 이걸 헷갈렸는지', '다음엔 어떻게 정리할 건지' 같은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이 많습니다.
처음엔 공부한 거 정리하려고 썼는데, 나중엔 저를 설명하는 도구가 됐어요.
쓰는 과정에서 제 생각 정리도 되구요
회고를 통해 스스로를 설명하고, 또 누군가가 자신의 고민에 공감해준다는 사실에서 힘을 얻습니다. 기술보다 삶에 가까운 이야기들이기 때문에, 오히려 더 많은 사람들과 닿을 수 있는 글이 된 셈이죠.
그리고 중요한 건 꾸준함이었습니다. 장황한 설명보다 짧게라도 정리하는 습관, 기록을 위한 구조를 갖춘 일상. 안다혜 님은 그렇게 자신의 말과 기억을 쌓아가고 있었습니다.
#3. 혼자였으면 멈췄을 거예요
스터디와 커뮤니티는 안다혜 님이 스스로를 지속시키는 방식이었습니다. 혼자서는 흐지부지하게 끝낼 일을, 함께하는 구조로 만들어가는 전략이었죠.
스터디장 역할을 맡으면 책임감이 생기더라고요. 함께해야 계속할 수 있었어요
다혜님은 단순히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목적과 구조를 설계하며 스터디를 만들어왔습니다. 예를 들어 이직 준비 스터디를 모집할 때도 단순한 선착순이 아닌 짧은 지원 문답을 통해 ‘해당 스터디가 필요한 사람’을 선별했습니다.
일부러 저랑 비슷한 상황에 있는 사람들을 찾으려 했어요. 진심이 느껴지는 분을 고르는 게 중요했죠
스터디 안에서도 구성원의 몰입도를 높이기 위해 중간 피드백 설문이나 운영 방식 개선을 시도하며, 단순한 '함께 공부하기'를 넘어서 ‘같이 성장하기’의 구조를 만들어갑니다.
스터디는 같이 하는 거니까요. 처음부터 조율만 하다 보면 내가 원하는 방식이 사라지기도 해요.
그래서 저는 먼저 제가 원하는 구조를 제시하고, 그 안에서 조율하려고 해요
커뮤니티 활동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성수 지역을 기반으로 한 기술 커뮤니티를 시작으로 여성 엔지니어를 위한 커뮤니티도 만들었고, 일상 속 대화에서 발표 주제를 뽑아내며 소소한 네트워킹을 이어왔어요.
주변 사람과 고민과 생각에 대해 얘기하다가 ‘이 내용으로 발표하자!’ 했던 적도 많아요.
발표자 섭외는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했던 것 같아요
‘같이 하는 힘’을 믿는 사람. 그리고 그걸 오래 유지하기 위해 고민하는 사람. 안다혜 님은 그렇게 함께 공부하고 일하고 성장하는 방식을 만들어가고 있었습니다.
#4. 원하는 삶을 그리기 위한 질문
안다혜 님은 단지 커리어를 쌓는 사람이 아니라, 삶을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지를 자주 묻고, 구체적으로 그려나가는 사람입니다. ‘디지털 노마드가 되고 싶다’는 막연한 바람도 그녀의 손에서는 계획이 되었고, 실행이 되었으며, 일상 속 루틴으로 이어졌습니다.
디지털 노마드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막연히 꿈꾸는 걸 넘어서 구체적으로 그리게 됐어요
그 시작은 20대 초반, 우연히 접한 한 플래너였습니다. 인생을 연령대별로 나눠 쓰게 만든 구조가 인상 깊었고, 그때 처음으로 ‘삶을 계획처럼 생각해볼 수 있겠다’는 감각을 갖게 되었다고 말합니다.
20대에 뭘 하고 싶은지, 30대엔 어떤 모습일지 써보는 거였어요. 그게 처음으로 삶을 계획처럼 생각하게 된 계기였던 것 같아요
그 이후 매달 만다라트를 작성하며 목표를 구체화하는 습관을 들였습니다. 그냥 ‘공부하기’라고 쓰는 대신 ‘주 4시간 공부하기’처럼 수치화해두면 실제로 더 잘 지켜진다고 합니다. 흐릿한 바람들을 현실에 닿게 만드는 방식이었고, 동시에 자신이 가고 있는 길의 방향을 잃지 않도록 하는 전략이었습니다.
이러한 습관은 커리어의 방향을 세울 때에도 필요합니다. 영어 공부를 루틴화하고 해외의 포지션에 실제로 지원했던 경험, 스터디를 직접 기획하고 운영했던 시간들, 그리고 미래를 상상하며 지금의 선택들을 이어가는 태도까지. 그녀는 삶을 단지 흘러가는 흐름으로 두지 않고, 계속해서 조정하고 설계하려는 사람이었습니다.
인터뷰 막바지, ‘10년 뒤 다혜 님의 블로그에는 어떤 글이 올라와 있을지, 리더가 된다면 어떤 리더가 되고 싶은지’라는 질문에 잠시 고민하다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습니다.
향로(인프랩 이동욱) 님 블로그에 올라온 CTO 회고를 정말 흥미롭게 봤어요. 10년 후 제 블로그에도 회고 글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어떤 역할을 맡고 있을지는 모르지만, 언젠가 팀을 이끄는 자리에 선다면, 지금처럼 일의 방향성과 태도를 잃지 않고 회고를 남기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또, 지금까지 함께했던 리더들은 기술적으로도, 사람으로서도 존경할 만한 분들이었다고 합니다. 매주 1:1 미팅을 하며 팀원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시간을 들이고, 감정을 묻고, 진심으로 대화하는 모습을 보며 자연스레 자신의 기준도 높아졌다고 했습니다.
안다혜님도 그런 리더들과 함께하며 ‘나도 언젠가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바람을 갖게 되었다고 말합니다.
RE:CORDER
안다혜 님과의 대화는 밀도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스스로에 대한 질문을 멈추지 않으면서도, 주어진 환경 안에서 자신만의 속도로 방향을 찾아가는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기록과 루틴, 사람과의 연결을 통해 조금씩 나아가는 일상. 안다혜 님의 방식은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이어지는 그 리듬 안에는 가치가 자연스럽게 스며 있었습니다. 커리어를 다시 그리고, 삶을 조율해가는 감각. 다혜 님은 그런 이야기를 들려준 분이었습니다.
기술보다 사람에 가까운 이야기, 다음 편도 기대해주세요!
RE:CORDER 팀 이선희, 남다솔, 이승주
디자이너 김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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