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의 공부법 - 쉽게 얻은 답은 쉽게 사라진다
AI가 편해질수록, 우리는 왜 더 불편하게 배워야 할까
서준수의 글쓰기 클럽 2기에 참여하게 되었다.
이번 글쓰기의 공통 주제는 **“AI 시대의 학습: 왜 그리고 어떻게”**다. 처음 주제를 봤을 때는 조금 막막했다. AI는 너무 빠르게 발전하고 있고, 누구나 각자의 방식으로 이 변화에 적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답이 있는 질문도 아닌 것 같다.
그래서 이 글은 AI 시대의 학습법을 누군가에게 알려주기 위한 글이라기보다, 내가 요즘 고민해온 것들을 정리해보는 글에 가깝다. AI가 많은 것을 대신해주는 시대에 나는 무엇을 배우고, 어떤 방식으로 생각하며 살아가고 싶은지. 아직 완성된 답은 없지만, 지금의 내가 고민하고 스스로 내린 결론을 적어보려고 한다.
나는 다양한 인사이트를 얻고 싶어서 롱블랙에서 하루에 아티클을 하나씩 읽으려고 한다. 최근에는 송길영 작가님의 『시대예보: 수고인류의 시간』을 다룬 글을 읽었다. 아직 책을 직접 읽지는 못했지만, 글에서 소개한 몇 가지 내용이 오래 남았다.
책에서 말하는 ‘수고인류’는 그냥 힘들게 일하는 사람을 뜻하는 게 아니었다. AI가 대신할 수 있는 불필요한 고생은 과감히 기술에 맡기되,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일에는 시간과 에너지를 들이고 결과에 책임지는 사람에 가깝다. AI가 점점 더 많은 일을 빠르게 해내는 시대에, 사람에게 남는 가치는 무엇일까. 책은 그 답을 ‘수고’, ‘숙련’, 그리고 자기만의 판단에서 찾는 것 같았다.
특히 ‘사본인간’과 ‘원본인간’이라는 표현이 인상적이었다. 누구나 비슷하게 따라 할 수 있는 일, 매뉴얼대로 하면 되는 일은 앞으로 AI가 더 잘할 수도 있다. 반면 원본인간은 자기만의 경험과 취향, 시행착오와 기준을 쌓아온 사람이다. 같은 도구를 쓰더라도 어떤 사람은 남들이 만든 결과를 조금 더 빠르게 복사하고, 어떤 사람은 자기만의 질문과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앞으로는 그 차이가 더 커지지 않을까 싶다.
나는 이 이야기에 꽤 공감했다. AI 시대일수록 오히려 더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예전보다 정보를 얻는 일은 정말 쉬워졌다. 궁금한 게 있으면 검색하면 되고, 정리가 필요하면 AI에게 물어보면 된다. 예전에는 책을 찾고, 여러 글을 비교하고, 잘 모르는 사람에게 묻고, 한참 헤매야 알 수 있던 것들이 이제는 몇 분 안에 정리된다. 분명 편리하고, 이 편리함을 잘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너무 쉽게 얻은 정보는 너무 쉽게 사라진다는 느낌도 든다. AI가 정리해준 글을 읽을 때는 ‘아, 이해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며칠 뒤 누군가에게 설명하려고 하면 내 말로 잘 나오지 않는다. 내가 진짜 이해한 건지, 그냥 그럴듯한 문장을 읽은 건지 헷갈릴 때도 있다.
예전에는 정보를 얻기 위해 헤엄치는 과정이 있었다. 원하는 답을 찾기 위해 검색어를 바꾸고, 앞뒤 맥락을 읽고, 서로 다른 이야기를 비교해야 했다. 솔직히 귀찮고 불편한 과정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내가 무엇을 모르는지 알게 되고, 무엇이 중요한지 구분하는 힘도 생긴다. 답을 얻는 것만큼, 답에 도착하기까지의 과정이 나를 성장시키는 셈이다.
그래서 나는 불편함의 힘을 믿는다.
바로 답을 보지 않고 조금 더 생각해보는 것. AI가 써준 문장을 그대로 가져오기 전에 내 말로 다시 써보는 것. 모르는 것을 검색하기 전에 내가 아는 것부터 적어보는 것. 틀리더라도 직접 해보고, 왜 틀렸는지 다시 들여다보는 것. 이런 것들이 얼핏 비효율적으로 보이지만 결국에는 내 생각을 만든다.
운동을 누가 대신해준다고 해서 내 몸이 건강해지지 않는 것처럼, 생각도 누가 대신해준다고 해서 내 것이 되지는 않는 것 같다. AI는 분명 훌륭한 도구다. 막힌 부분을 풀어주고, 다른 관점을 보여주고, 더 빨리 시작할 수 있게 도와준다. 하지만 내가 아예 생각하지 않은 채 답만 받아들이기 시작하면, 도구는 나를 돕는 존재가 아니라 생각을 대신하는 존재가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앞으로의 공부는 ‘AI를 쓰지 말자’가 아니라 ‘AI를 어떻게 쓸 것인가’에 더 가까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 먼저 내가 생각해본 뒤 AI에게 피드백을 받기
- 하나의 답을 정답처럼 받아들이지 않고, 반대 의견이나 근거를 다시 묻기
- AI가 정리한 내용을 내 언어로 다시 말하거나 써보기
- 시간을 아꼈다면, 그 시간을 더 깊이 생각하는 데 쓰기
내가 지금 이렇게 글을 직접 써보려는 이유도 비슷하다. 완벽한 글을 빨리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인지 조금 더 알아가기 위해서다. 서툴고 문장이 매끄럽지 않아도, 내 생각을 내 말로 꺼내보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느낀다.
AI가 더 많은 정보를 만들고, 더 많은 일을 대신해줄수록 우리에게 필요한 건 더 많은 정보가 아닐지도 모른다. 무엇을 믿을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디에 시간을 쓸지 결정하는 나만의 기준일 것이다. 그리고 그 기준은 누가 대신 만들어줄 수 없다. 직접 보고, 생각하고, 조금은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만들어가야 한다.
AI 시대의 공부는 AI보다 더 많이 아는 사람이 되기 위한 일이 아니다. AI와 함께 살아가면서도 내 생각을 잃지 않고, 결국 나답게 판단하기 위해 필요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