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를 활용한 마찰 있는 학습하기 - 소크라틱 런

여러분들은 AI가 없는 시대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은가요? 저는 돌아는 갈 수 있어도 적응 기간이 좀 많이 필요할 것 같아요 😅

그만큼 AI는 일상생활, 업무, 창작 그리고 학습에까지 영향을 끼치고 있는데요 이번에는 제가 어떻게 AI를 학습에 활용하고 있는지 소개드리려 합니다.


최근 교보문고에 미국·영국 등 해외 약 10개 업체가 분야에 상관없이 1종당 1권씩, 총 10만 종을 사겠다는 문의를 보냈습니다. 교보문고는 구매 목적과 최종 납품처가 확인되지 않는다며 거래를 진행하지 않았고, 업계에서는 이를 AI 학습 데이터를 모으려는 대량 수집으로 보고 있습니다.

일본 헌책방에도 비슷한 대량 주문이 몰렸는데요. 이 소식을 다룬 한 글에 따르면, 책 데이터 업체 ISBNdb는 아예 **'2022년 이전에 인쇄된 책'**을 홍보 문구로 내세웠다고 합니다. 2022년은 ChatGPT가 공개된 해입니다. AI가 쓴 글이 섞이기 전, 사람이 직접 쓴 글이 필요하다는 뜻이죠.

AI조차 AI 이전의 글을 찾는다는 게 묘하게 와닿았습니다. 저 역시 AI 이전에 공부한 내용이 더 오래 남아 있거든요.

AI가 없었던 때

ChatGPT가 2022년 11월 30일에 공개되고 그 이전을 돌아보면 순수하게 공부하던 제가 떠오릅니다. 문제 해결하려고 구글 검색도 하고 공식문서도 보고 스택오버플로우도 들어가보고 유튜브에서 인도인이 강의하는 영상도 보면서 공부했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어떤가요? AI에게 어떠한 개념이든 물어보면 금방 답을 가져다줍니다.

마찰 없는 학습

AI가 없었던 때에는 이렇게 편한 도구가 없었기에 전부 다 스스로 해야 했고 찾는 과정도 굉장히 번거로웠습니다.

그러나 AI가 없었던 때 공부한 내용과 지금 AI로 학습한 내용을 비교하면 오히려 옛날에 공부한 내용이 더 잘 떠오릅니다.

마찰 있는 학습

더이상 성장하지 않는 개발자들

AI 시대에 도약하는 엔지니어의 학습법 - 강대명

두 글은 우아한테크코스 안에서 공유되어 알게 된 글들인데요. AI를 이용한 학습은 어디까지 해야할까에 나름의 답이되었습니다.

첫 번째 글은 편하게 받아들인 정보는 기억에 잘 남지 않고, 코드를 판단하는 능력은 직접 고민하고 구현하고 디버깅하며 머리에 부하를 걸 때 비로소 만들어진다고 말합니다. 두 번째 글은 코딩 AI가 설계와 구현의 마찰 구간을 생략하면서, 직접 만들어 볼 때 더 잘 이해하는 효과도 함께 사라진다고 짚습니다. 그래서 주니어일수록 AI가 짠 코드를 왜 그렇게 짰는지 추적하고, 중요한 로직은 직접 다시 짜 보며 마찰을 의도적으로 늘려야 한다고 말합니다.

학습과학에서는 이렇게 일부러 어렵게 배울수록 오래 남는 현상을 '바람직한 어려움(desirable difficulties)'이라고 부릅니다. 두 글을 읽고 AI 이전과 지금의 제 공부를 비교해 보니 정말 그렇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한편으론, AI의 효율성은 갖되 어떻게 마찰을 만들 수 있을까? 에 대해서 고민을 가졌고 어느날 우연찮게 학습 방법을 발견하였습니다.

산파식 학습(산파술, 소크라테스식 문답법)

산파식 학습 : 소크라테스는 산파가 아이를 대신 낳아줄 수 없듯, 교사는 지식을 대신 만들어줄 수 없으며 오직 학습자가 스스로 지혜를 '출산'하도록 돕는 역할만 해야 한다는 철학입니다.

처음에는 이전처럼 클로드에게 어떠한 개념을 알고 싶다고 질문했는데 제시하는 개념들이 너무 어려워서

  1. 이 개념들을 이해하려면 어떤 개념을 알아야하는지를 물어봤습니다.
  2. 클로드가 제시하는 선택지조차 너무 어려워서 그냥 처음부터 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3. 그러니 클로드가 제시했던 개념들을 묶어서 학습 플랜을 만들고 저에게 개념을 설명하고 확인 질문을 던졌습니다
  4. 저는 확인 질문에 차례대로 답변했고 클로드는 제 답변을 🟢, 🟡, 🔴로 평가해줬습니다.
  5. 하나의 사이클을 완료하니 학습 플랜에 따라 다음 사이클을 진행했고
  6. 반복하며 개념에 대한 지식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전처럼 AI가 제시하는 답변을 주욱 읽으며 공부하는 방식보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니 더 재밌고 더 머리에 잘 남았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쓰고 있는 마찰 있는 학습 방식은 위를 활용한 방식이었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소크라테스의 산파술은 답을 알려주지 않고 질문만으로 스스로 깨닫게 하는 방식이라, 개념을 먼저 설명받는 제 방식과는 조금 다릅니다. 그래도 답을 받아 읽기만 하는 대신 제 말로 답하고 평가받는다는 점에서, 지식을 낳는 건 저이고 AI는 산파 역할만 한다는 생각은 같습니다.

SKILL로 만들고 개선하기

저는 이 플로우를 다른 학습에도 활용하고 싶어서 스킬로 만들어서 사용했고 다른 크루에게 보여주니 쓸모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CLI 환경에서만 쓸 수 있어 일반적으로 쓰기에는 불편했고, 그래서 웹서비스 '소크라틱런'으로 확장했습니다.

이후 계속 AI와 학습에 관심을 가지던 중, 쉬운 글쓰기 규격인 ASD-STE100(항공 정비 매뉴얼에 쓰는 단순 기술 영어)을 알게 되어 스킬의 설명 규칙에 적용해 봤고, 확실히 결과가 더 좋았습니다. 설명에 들어가기 전에 용어부터 정의하고, 이후로는 그 용어에만 맞춰 설명하게 했더니 같은 개념을 여러 이름으로 불러 헷갈리는 일이 줄고 설명도 덜 복잡해졌습니다.

다시 처음 질문으로

처음에 AI가 없는 시대로 돌아갈 수 있을지 물었는데요. 저는 여전히 돌아가고 싶지 않습니다. 다만 그때 공부가 오래 남았던 이유가 '불편함' 그 자체였다는 건 알게 됐습니다.

그래서 AI를 버리는 대신, AI가 답을 바로 주지 못하게 하는 쪽을 택했습니다. 마찰은 AI가 없어서 생기는 게 아니라 제가 직접 만들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소크라틱런은 여기에서 써 보실 수 있습니다.

스킬은 여기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