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적 관점과 Product Engineer 그리고 나
제품적 관점
2026년 들어 제가 모르는 직무가 하나 생겼는데요, Product Engineer가 그것입니다. 처음엔 이해가 안 됐습니다. "직무"로까지 그게 필요한가 싶었고, 말만 “Product Engineer”지 사실상 잡부가 아닌가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Product Engineer가 되고 싶습니다.
개발자는 개발만 잘하면 될까
AI 덕에 개발이 쉬워진 지금, "개발자가 개발만 잘해도 될까요?"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AI가 없던 시절 저는 기능 하나, 화면 하나 만드는 데 급급한 코드 출력기였습니다. 그래도 이전 직장에서는 이것만 해도 일 잘하는 직원이었습니다(우수 사원 상도 받았어요 ㅋㅋ). 사실 이것만 잘해도 좋은 개발자라고 생각합니다. 기업에는 이미 사업과 계획이 있고, 그걸 따라갈 사람이 필요한 경우가 많으니까요.
그런데 혼자 만드는 툴에는 그 계획을 세워 줄 사람이 없었고 저는 가치 있는 서비스를 만들어 보고 싶었습니다.
아무도 쓰지 않는 서비스
제가 우아한테크코스(이하 우테코) 안드로이드 파트에 합류한 2026년 2월부터 AI는 발전했고, 저도 이때부터 AI Native적인 삶을 살기 시작했습니다. 제 불편에서 시작한 툴(소크라틱 런, 토큰 알리미, STT 정제기 등등..)을 만들었고 일부는 배포도 했지만, 사용자 관심은 적었습니다.
아무도 쓰지 않는 툴을 만들다 보니 재미도 없었고, 열정도 생기지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홍보가 적어서 그런가 보다 했는데, 그건 절반만 맞은 답이었습니다. 나머지 절반은 결국 제품적 관점이 필요했다는 것입니다. 저는 그 관점을 당근 Builder Meetup과 팀 프로젝트 책췍에서 실험을 네 번 고쳐 가며 배웠습니다.
AI의 판정을 믿어도 될까
사실, 책췍에서도 처음 세 번의 실험은 기준 없이 돌렸습니다. 숫자는 나왔는데 그 숫자로 무엇을 정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그래서 4차 실험에서는 "독서 커뮤니티에서 책 추천 요청은 감상 공유보다 더 많은 반응을 얻는가?"라는 질문과 판정 기준을 먼저 적어 두고, DCInside 독서 마이너 갤러리 글 5,526건을 모았습니다.
처음에는 분류도 Claude에게 맡겼습니다(그러면 안되는 지 몰랐죠). 다만, 실험을 진행하다가 판정이 이상한 데이터들이 있어서 AI 분류를 믿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150건을 뽑아 Claude, 가설을 모르는 다른 AI, 저 이렇게 셋이 따로 분류하고 얼마나 일치하는지 쟀습니다.
여기서 쓴 게 카파입니다. 카파는 분류자들이 우연히 같은 답을 고를 확률을 빼고 일치도를 계산하는데, 두 명끼리 비교할 때는 코헨 카파(cohen kappa)를, 세 명 이상일 때는 플라이스 카파(fleiss kappa)를 씁니다. 세 분류자 전체의 플라이스 카파는 0.80이었고, 추천 요청 분류는 어느 두 분류자끼리 비교해도 0.82 이상이었습니다. 감상 분류는 경계가 가장 흐렸습니다.
그렇게 확인한 결과, 고유 반응자 중앙값은 추천 요청 글이 4명, 감상 글이 2명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숫자가 말해 주는 건 커뮤니티 사람들이 추천 요청 글에 더 많이 반응한다는 것까지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이 앱에서 추천을 받을지는 아직 모릅니다. 그래서 이 결과는 다음 프로토타입에서 무엇을 확인할지 정하는 데만 썼습니다.
사용자가 원하는 서비스
무얼 위해 기술적 성숙도를 늘리며 로딩 시간을 줄이고 안정성을 늘려야 할까요?
혼자 만드는 서비스는 좀 불편해도 그냥 씁니다. 하지만 사용자가 있을 때, 실제로 그게 문제라고 인식될 때 기술적 성숙도를 늘리는건 어떨까요? 저는 요즘 그래서 정말 많은 아이디어들과 실패를 겪고 있습니다(그래도 하나는 성과를 보이고 있어서 너무 기분 좋네요).
우테코에서도 크루들이 이 프로젝트의 목표가 학습인지, 기술적 성숙도인지에 신경 쓰는 걸 봤습니다. 저는 사용자가 없는 서비스에서 기술적 성숙도를 높이는 일이 정말 가치가 있는지 아직까지 잘 모르겠습니다. 지금까지 제 서비스들이 그랬고, 잘 안됐거든요..
그래서 개발자는 개발만 잘하면 될까
개발자에게 기대되는 소양은 이제는 개발만이 아니죠, 정말 많은 소양이 있겠지만 오늘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소양은 제품적 관점입니다.
제가 이해한 Product Engineer는 개발에 더해, 제품적 관점으로 진짜 사용자가 겪는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입니다. 또한, 기능을 만드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실험과 데이터 분석으로 문제를 풀어 가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처음에 "직무로까지 필요한가?" 했던 의문이 있었는데 지금은 제품적 고민을 하는게 너무 재밌습니다. 최근에는 모바일 베이스를 가지고 있지만 제품적 관점 소양을 가진 개발자 공고에 대한 커피챗도 갔다와봤는데 가슴이 뛰더라고요, 후기글
저는 일련의 경험을 통해 제품적 관점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적용도 해보며 서비스 하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이건 기회되면 소개하겠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제 직무로 Product Engineer가 되보고 싶다는 생각까지 도달하게 되었습니다!!!